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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11-27 00:00
아름다운 한글을 위하여
 글쓴이 :
조회 : 5,882   추천 : 0  
2002. 10. 9(한글날) 경기일보에서 퍼온 글

기고/아름다운 한글을 위하여

이원규(시인·경기도문인협회 사무국장)


지금부터 556년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이라는 아름답고 훌륭한 ‘한글’ 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그 혜택으로 손쉽게 자신들의 의사를 말과 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쉽게 익혀 쓸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들었다’고 세종대왕은 머리글에서 백성들을 걱정했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정인지는 꼬리글까지 달아주며 장려하고 있다.

그러한 훈민정음은 언문(諺文)·언서(諺書)·반절(反切)·암글·아햇글·가갸글·국서(國書)·국문(國文)·조선글 등 명칭으로 불리며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했다. 나라 잃은 시대에는 창씨 개명을 실시하여 그 말과 글을 쓰지 못하도록 억압도 가했다.

얼마전 어느 국회의원이 큰일을 해냈다. 중학교 1, 2학년용 국정교과서에서 무려 1천여건의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들은 우리말 우리 글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가 틀려도 무감각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안 돼요’와 ‘그러면 안 되요’를 구분하지 못한다. ‘우레와 같은’과 ‘우뢰와 같은’, ‘김치찌개’와 ‘김치찌게’도 혼돈한다.

외래어 표기도 마찬가지이다. ‘앙코르’와 ‘앵콜’, ‘리더십’과 ‘리더쉽’도 섞어 쓰고있다. ‘텔레비전’을 ‘텔레비젼’이라고 쓰기도 하고 요즘에는 아예 ‘티비’로 간단하게 철자만 읽는 사람들도 생겼다.

대기업체이나 공기업은 앞다투어 한글이 아닌 영어로 기업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포항제철이 포스코(POSCO), 한국통신공사가 KT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 전에도 이미 LG, SK, KTF 등의 영문 표기는 쓰고 있었다. 특히 정치인을 영문 이니셜로 신문이나 잡지에 쓴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산업이나 구멍가게까지도 온통 외래어로 뒤바뀔 전망이다.

얼마전 성공리에 끝난 월드컵이나 현재 진행중인 아시안 게임에서도 ‘응원단’을 ‘서포터즈’라고 서슴없이 부르고 있다. 외국인들도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외우고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 낯선 외래어만 골라 쓰고 있다.

그 뿐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먹고 마시는 식품, 입는 옷도 외래어로 간판을 내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신문, 잡지는 물론 문학작품이나 평론도 외국어로 버무려져 있다. 과연 여기가 민족어인 한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인가.

지난 연초에 문화관광부에서 국민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글 표기법 및 표준어 지수를 측정하니 100점 만점에 30점으로 낙제 점수라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익숙한 신세대는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휴대전화 등에서 사용하는 이상한 조어나 속어, 외계어, 축약어를 서슴없이 쓴다. 한글, 영어, 한자, 일본어는 물론 특수문자 등을 조합한 암호 같은 그 문자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통되고 있다. 그냥 재미로 보고 듣고 모른 체 넘기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글을 보면 우선 자극적이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욕으로 뱉는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으로 끝낸다. 생활까지 엉망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들이 국어사전을 가까이하여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골라 통신언어로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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